제주맥주, 코스닥 상장 3년만에 경영권 매각

입력 2024-03-19 11:21   수정 2024-03-19 17:42

이 기사는 03월 19일 11: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제주맥주가 상장 3년 만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상장 이후 수제맥주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결국 매각을 택했다. 일각에선 적자 기업에 상장 문턱을 낮춰준 제도가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인 일부 벤처캐피탈(VC)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부품유통업체에 팔린 제주맥주
제주맥주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공시했다. 문 대표와 문 대표의 가족 회사인 엠비에이치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전량인 14.79%를 약 100억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는 계약이다. 더블에이치엠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자동차 수리 및 부품유통업체다. 정승국 씨가 더블에이치엠의 최대주주다.

이번 계약으로 다음달 15일 제주맥주의 최대주주가 더블에이치엠으로 바뀌긴 하지만 오는 5월 30일 최대주주는 다시 바뀐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제주맥주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지와이투자조합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유상증자 후 더블에이치엠의 지분율은 13.5%로 희석되고, 지와이투자조합은 지분 14.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지와이투자조합은 류규열 씨와 김준걸 씨가 지분을 50%씩 나눠들고 있다.

제주맥주는 이날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도(CB)도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일두투자조합과 수옹투자조합이 각각 200억원 규모의 BW의 CB를 인수한다. CB와 BW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최대주주는 다시 일두투자조합과 수옹투자조합으로 바뀌게 된다.

지와이투자조합과 일두투자조합, 수옹투자조합 등은 알려진 투자 이력이 없는 투자조합이다. 더블에이치엠은 2021년 설립돼 지난해 매출 27억원, 순이익 3억원을 거둔 회사다. 자본총계는 9억원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이들의 정체와 이들이 인수 대금을 마련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제주맥주 매각설은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서 돌았다.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진 않고, 잠재적 원매자를 접촉해 경영권 인수 의지를 타진해왔다. 맥주 프랜차이즈 등이 잠재적 원매자로 꼽혔다. 다만 인수 제의를 받은 이들이 제주맥주의 성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매각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진 못했다.
창업자·VC 투자금 회수만 도운 특례 상장
제주맥주는 2015년 설립된 수제맥주 회사다. 뉴욕 1위 크래프트 맥주사인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표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 등이 편의점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홈술' 열풍과 함께 수제맥주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제주맥주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테슬라 요건으로 불리는 이익미실현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국내 수제맥주업계 첫 상장이었다. 상장 직후 주가는 공모가(3200원)보다 높은 5000원 대까지 올랐으나 이후 주가는 맥을 못췄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수제맥주의 인기가 시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제주맥주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2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240억원) 대비 6.3%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110억원, 순손실은 122억원에 달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7월 인력 40%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애초에 사업모델이 안정적이지 않고,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기업을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시켜 창업자의 엑시트만 도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맥주에 초기 투자자로 들어갔던 VC들도 상장 이후 투자금을 챙겨 나갔다. 상장 직후 SBI인베스트먼트, 포레스트파트너스 등은 장내에서 주식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제주맥주 2대 주주인 스톤브릿지벤처스도 상장 직후 일부 지분을 처분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분 13.15%를 들고 있다. 유상증자와 CB·BW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지분은 더 희석된다. 제주맥주의 경영권이 정체불명의 자동차 부품 유통업체와 투자조합에 넘어가면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투자금 회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주요 출자자(LP)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관계자는 "스톤브릿지벤처스는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라며 "이번 경영권 매각은 제주맥주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 소식이 알려진 제주맥주는 이날 오전 11시 10분 19.8% 하락한 1205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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